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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삶을 바꾼 만남

짧은 생각 2018. 1. 27. 00:15

삶을 바꾼 만남 / 정민

유배지를 보낸 편지를 보면서 정약용의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느꼈다. 특히 자신이 죄를 지어 유배를 감으로써 아들은 관직에 진출할 수 없게 되었고 아들들의 앞길을 막는 것에 가슴이 쓰렸으리라. 그렇지만, 폐족이 되었다하여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혼을 내기도 했다. 그 책을 보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정약용에게서 인간적인 내음을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삶을 바꾼 만남은 정약용보다 황상에 대한 책이다.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되어 있을 때 많은 제자를 키우게되는데 그 제자중에 황상은 끝까지 스승을 지켰고 그 관계가 정약용 사후 그의 아들 정학연과 추사등과도 교분을 지켜왔던 분이다.

정약용 아들 정학연이 쓴 글 중 일부분을 보면

곁에서 과문과 팔고문을 익힌 자가 있었고, 시과 고문을 섭렵한 자도 있었다. 그러나, 막판에는 창을 들고 방으로 뛰어들어와 욕하고 헐뜯으며 등 돌린 자도 있었다. 문하는 흩어져 거의 사라졌다.  (p18)

이와같이 강진에 하나의 학파가 생길 수도 있었으나 그의 문하는 뿔뿔이 흩어지고 황상만이 스승의 뜻을 끝까지 받들었다. 

왜 그랬을까? 

정약용이 유배가 해제되어 서울로 돌아가자 그의 문하는 자신들도 과거에 붙고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들의 기대가 어그러져 오히려 끝까지 좋은 관계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어려운 유배시절 경제적 도움을 주었으니 그의 댓가를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그 댓가가 없으니 오히려 제자들이 배신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약용이 끝까지 유배가 풀리지 않았더라면 그간 떠나는 제자는 있어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으리라.

정약용이 유배에 풀리기는 했지만 권력자는 아니었고 사실 장남도 말단 관직을 맡은 것도 정약용 사후에 겨우 맡은 것이지만,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니라. 그런데, 황상은 처음부터 관직에 욕심이 없어 산골에 파묻혀 살았기에 끝까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같다.

인간관계가 이렇듯 치졸하다. 서로 형,동생하면서 둘도 없이 친한 관계라 하더라도 그 밑바닥이 이해관계를 토대로 했다면 그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원수가 되기도한다.

만약,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더욱 추천해 드리고 싶다. 책은 두껍지만 정민교수의 해설이 있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보다 더 깊이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약용과 황상보다 정학연과 황상의 애틋함이 더 놀랍고 감탄을 짓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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