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이 책 한번 볼까?
<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
( 권정자 , 김덕례, 김명남, 김영분, 김유례, 김정자, 라양임, 배연자, 손경애, 송영순, 안안심, 양순례, 이정순, 임순남, 임영애, 장선자, 정오덕, 하순자, 한점자, 황지심)
할머니들의 그림 일기입니다.
요즈음 할머니 문학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할머니들의 책이 몇 권 나왔는데요.
이 책은 올 해 나온 순천 할머니들의 책이고
작년에 나온 양양의 이옥남 할머니의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도 있고
몇년 전에 나온 곡성 할머니들의 시집인 '시집살이 詩집살이' 도 있습니다.
모두 짤막한 시인데
온 생애 경험이 녹아들어간 시여서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삶이 녹여들어가 있어 진솔합니다.
시어머니는 물짠 가시내를 낳고
나락 한 섬을 줬다고 매일 잔소리를 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숨도 크게 못 쉬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커서 나한테 제일 잘합니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에서)
이렇게 시어머니 구박도 멋지게 되받아치고
큰아들은 오자마자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와서는
수동집에 잠깐 갔다가 온다더니 그길로 바로 친구 찾아 가서는
밤중에도 아니 오고 새벽 네신지 와서 밥도 먹은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또 가고 계속 이박 삼일 동안 그렇게 지내다가 가는구나.
(아흔 일곱번의 봄 여름가을겨울 에서)
아들놈이 오랫만에 시골에 왔는데 그렇게 기다린 엄마는 본척만척하고
돌아다니는 꼬락서니가 섭섭하며
시아바이 무서서 벌벌 떤디
어쩌자고
밤새도록 안 오네
새벽녘에는 쇠죽도 써야한디
지달코 있다가
짐산이 쫓아가서
영감 신을 갖고 와븠네
눈길을 맨발로 왔을까
눈이 벌개져서.
(시집살이 시집살이 에서)
노름에 빠진 남편이 미울텐데
시아버지에게 혼날까봐 신을 몰래 가지고 와서
집에 있는 척하고선
어떻게 맨발로 왔을까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시가 투박하지만
글이 진솔하니 마음에 와닿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