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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짧은 생각 2018. 6. 21. 00:06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이 책이 2016년도에 나왔고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였기에 이미 읽으신 분들도 많지만 이제야 펼쳐들었다. 

1999년 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 두명이 총기난사하여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그 두명의 가해자 중 한명의 엄마의 이야기다.
학살의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기에도 가슴이 아리는데 가해자의 가족에게까지 쓸 마음이 있을까? 

하지만, 

모든 엄마들이 아이가 안전하기를 기도하고 있을 때 나는 우리 아이가 남을 더 해치기 전에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했어요

(해설 앤드루 솔로몬 이야기중 p16)

사건 이후 피해자와 가족의 삶이 지옥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당연하고 동정과 관심을 얻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갑자기 가해자의 엄마가 되었다는 것은 그 충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신의 충격을 표현할 수도 없다. 자신의 슬픔도 표현할 수 없다. 

만약, 이 책이 단순히 호기심에 대한 책이거나 아들에 대한 변명 혹은 자신의 변명이었다면 책은 쓰레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담담하게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책과 비슷한 학살의 가해자의 엄마가 주인공인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에서 낙인찍힌 엄마가 생계를 위해 직장을 겨우겨우 구하자마자 잠깐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짓자마자 피해자 엄마에게 빰을 맞는다. 그러나, 그 엄마는 그냥 당한다. 죄인이니까.

저자인 이 엄마도 그와 같은 소소한 보복을 어찌 당하지 않았을까마는 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그것이 본질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아마도 영화 속 케빈의 엄마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책의 주된 내용은 본인도 유태인이면서 아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수많은 분노와 학살 준비를 눈치채지 못했는가 이다. 
아들은 자살을 하려고 학살을 했는데 그동안 엄마는 아들이 우울증에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들에 무관심하거나 학대하는 부모가 아니었다.
그 부모들은 아들과 소통을 많이한다고 자부하던 엄마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끔찍한 사건의 조짐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
일이 벌어지고 생각해보니 많은 신호들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신호를 모조리 무시하고도 자신은 잘 하고 있는 부모라 생각했다. 

그래서, 

"딜런을 용서한다고? 내 자신을 용서하는 게 내 일이야." (p398)

라고 외친다.

차라리 학살자의 부모는 학대자이거나 무관심한 사람이었다면 당연할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더 끔찍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내는 수많은 신호를 지금 우리가 무시하고 있지 않나 하여 섬뜩하기도 했다.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