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리사회
저자 : 김민섭
처음에 이 책을 사회분석책으로 알고 보았습니다.
물론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르포르타주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전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309동 1201호'라는 필명으로 내어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전 그 책을 읽지는 않았으나 대학 시간강사를 각종 갑을 관계와 부조리를 이야기 했다죠.
대리사회에도 나오지만 대학 시간강사는 학기중에만 계약하고 4대보험도 안되는 열악한 조건에 처우도 보잘것 없었다 합니다. 저자가 생계로 맥도널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오히려 그곳에서는 4대보험도 해주고 명절에 작지만 선물도 챙겨주었는데 지식의 전당에서는 그런 배려가 없었다하지요. 정확하지는 않으나 어떤 그림인지 눈에 선합니다.
저자는 그 책을 쓰고나니 아무리 필명으로 책을 내었다해도 그 동네 사람은 누구인지 다 알게 되는 법이죠. 조직내에서 원망과 질타를 받았나 봅니다. 이런 저런 실망으로 저자는 대학을 관둡니다. 그리고 생활전선으로 뛰어듭니다. 대리기사로...
대리기사가 실제 일을 할때는 귀도 없고 코도 없고 의견도 없어야 한답니다.
주인이 귀청떨어지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도 줄일 수 없고
주인이 방구를 뀌고 창문을 내리지 않으면 그냥 그 독한 내를 맡아야 하고
주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은 없어야 하고.
'대리'라는 말에 어울리게 철저히 자신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부분은 조금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과거 대리기사는 기존 대리기사 업체와 계약을 하고 콜을 받아 일을 했는데 상당히 많은 부분을 수수료로 떼어가서 대리기사가 불만이 많았지만 콜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어서 철저한 약자 입장이었다 합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다음 카카오에서 카카오 드라이버라는 것을 론칭하는데 당시 대리기사업체는 상당한 반발을 하고 대리기사는 환영하는 입장이었답니다.
대기업이기는 했으나 현 생태계가 불공정하다보니 좀더 기사 입장에 유리한 시스템을 도입한 카카오에게 대리기사가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래서, 처음에 대리기사가 기존 업체에도 그리고 카카오에도 등록하여 이중으로 콜을 받았다 합니다.
즉, 갑과 갑의 싸움이 시작이 되었죠.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기존 대행업체는 대리기사를 협박하여 카카오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카카오에 등록한 사람은 콜을 주지 않는 식으로 하고요.
( 카카오는 신생업체라 기존 업체의 콜이 많았을 것이고요.)
즉, 갑과 갑의 싸움에서 갑이 을을 협박하고 통제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기존 대행업체의 대리기사와 카카오 대리기사와 반목과 갈등도 생기게 됩니다. 갑과 갑의 싸움에서 을과 을끼리 싸움으로 번지게 만듭니다.
갑과 갑의 싸움인데 을끼리 피터지는 이런 모습이죠.
서로 싸우는 사람은 서로간에 그저그렇고 저 멀리 갑들은 구경하는 꼴인 셈이죠.
하나의 대리기사의 생활이지만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더러구요.
아. 카카오와 기존 업체의 싸움의 결과는 현재 진행중이지만
기존 업체가 승리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지역마다 다른데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통제가 쉽지않아 카카오가 뿌리내리지만 소도시 같은 경우에는 시장이 작고 카카오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 하네요. ( 저자는 원주에서 처음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의 품격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는데
역시 작은 배려가 사람의 품격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