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1= 집착 본문

한장면

=1= 집착

짧은 생각 2017. 7. 29. 02:49
장면 1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A씨(22)는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렸다. 지난 18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신당동 약수사거리 인근에서다. A씨가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말하자 일주일 전 헤어진 전 남자친구 손모(22)씨는 폭행을 시작했다. 일종의 데이트 폭력이었다. 길가에 주차해 둔 트럭 뒤에서 2~3분 동안 구타가 이어졌다. 목격자 B씨는 “남자가 발로 입 부분을 찼고 그 충격으로 피가 일행 중 1명의 상의에 튀었다. 여성이 손을 뻗으면서 살려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출처:중앙일보 2017년 7월 20일 )


과연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폭력은 폭력일뿐 어찌 아름다운 연인, 데이트와 폭력을 가져다 붙일까?
그런데, 이 남자는 왜 여자가 자기를 떠난다는데 저렇게 흥분했을까? 이제까지 그 남자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지 않았을까? 집착은 폭력을 부르게 되니.

장면 2
"오오, 선장님!" 스타벅이 소리쳤다. "지금이라도, 사흘째 되는 날이라도 단념하기에 늦지는 않았습니다. 보세요! 모비 딕은 당신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모비 딕을 미친 듯이 노리고 있단 말입니다."
( 모비딕(허먼 멜빌) : 676쪽)



에이해브 선장 과거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었다. 그에대한 원한으로 포경선 선장이 된 후 고래를 많이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모비 딕을 잡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포경선의 모든 선원을 수장시키게 되고. 한 사람의 집착이 많은 사람의 파멸로 이끄게 된다.
집착은 폭력을 불러일으키고 집착은 파멸로 끝나게 된다.
물론 장면 1는 사랑으로 포장된 집착이고 장면 2은 증오로 포장된 집착이다. 사랑으로 포장되었던 증오로 포장되었던 결국 폭력을 수반하고 파멸로 이끌게 된다.

장면 3
"이거 슬퍼서 우는 거 아닌 거 알지?"
영경이 말했다.
"난 슬퍼도 못 우는 거 알지?"
수환이 말했다.
"참 장한 커플이다. 우리."
"맞아, 당신 참 장해. 오래 버텼어. 다녀와라."
영경의 젖은 눈에 퍼뜩 생기가 돌았다.
"정말 괜찮겠어?"
"난 괜찮아."
영경이 더는 묻지 않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지. 우리 빵경이. 걱정말고 다녀와"
영경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 정말 안 나가겠다는 말은 못하겠어. 환아"
"그래, 다녀오라니까, 너무 오래 있지만 말고."
( 안녕 주정뱅이(권여선)에서 봄밤 20쪽)



수환은 류마티즘으로 영경은 알콜중독으로 같은 요양원에 있다. 위의 대화는 수환이 상당히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영경이 요양원에서는 못 마시는 술을 마시기 위해 외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영경은 일주일이상을 외부에 있고 그 사이 수환은 죽는다. 주위 사람이 보기엔 영경은 참 나쁘다. 하지만 수환은 모든 것을 알고 기꺼이 마음편히 보내준다. 이들의 사랑엔 나 위주가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집착은 자신위주로 바라본다.
집착이 사랑이 아닌 이유다.
이 사랑이 그래서 더 짠하다.
그리고, 이들은 죽었어도 파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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