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행복의 기원
- 레닌그라드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지갑 찾아주기 실험
- 시간의 향기
- 이기호
-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에세이
- 과학적사고
- 상트 페테르부르그
- 유현준
- 아테네의 티몬
- 유발 하라리
- 공적공간
- 정재승
- 독서의 종류
- 사소한 부탁
- 외투
- 개인주의자 선언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최은영
- 허혁
- 달과 6펜스
- 열두발자국
- 사적공간
- 피천득
- 한병철
- 오만과 편견
- 내게 무해한 사람
- 이방인
- Today
- Total
짧은 생각
#20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본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레이먼드 카버
(단편모음집 대성당 중에서)
대성당은 레이먼드 카버의 세번째 단편 모음집이지만 나에게는 레이먼드 카버와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다.
그 중 한 꼭지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이 가장 좋았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두번째 단편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에 수록된 'The Bath'를 기초로 개작하여 만든 작품이다.
이 두번째 단편집은 우리나라에서는 '풋내기들'로 문학동네에서 나왔는데 The Bath가 실린 것이 아니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 실려 이 단편은 풋내기들에서도 대성당에도 모두 실린 작품이 되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토요일. 앤은 아들 스코티의 생일을 맞이하여 케이크를 빵집에 주문하고 월요일 아침에 찾기로 한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스코티는 뺑소니 차량에 치여 의식을 잃고 병원에 데려간다.
남편 하워드는 병원에 있다가 옷도 갈아입을 겸 집에 잠시 갔는데 그 사이 전화하여 케이크를 찾아가라고 빵집 주인이 전화를 한다.
하워드는 영문을 몰라 대화가 어깃장이 놓이고 빵집 주인은 그 후 전화를 계속 걸고 받으면 끊는 식으로 보복전화를 한다.
교대로 앤도 집에 온 사이 빵집 주인에게서 또 전화가 왔지만 경황이 없는 앤은 케이크생각은 못하고 다시 빵집 주인은 무시를 당하는 격이된다.
사흘 후 스코티는 단순 쇼크인줄 알았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혈관폐색 증상으로 결국 죽게된다.
앤과 하워드는 슬픔을 안고 집에 온 사이 다시 전화벨이 울려 받았으나 장난전화로 생각하고 앤은 분노에 차게된다.
앤이 나중에 전화음 뒤편에서 나는 기계음이 빵집 소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제야 장난전화를 빵집주인이 걸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빵집주인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빵집에 간다.
그제야 스코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안 빵집주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용서를 빌고 롤빵과 커피로 앤과 하워드를 위로한다.
사실 엄청난 슬픔에 찬 이야기지만 감정의 오버가 없이 담담한 사실적인 문체로 전개가 되어진다.
앤과 하워드가 분노에 향할 대상은 누구일까?
사소한 보복전화를 한 빵집주인이 아니라 뺑소니범이어야 할 것이나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보낸 의료진에게 쏫아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뺑소니범은 사라졌고 의료진은 타당한 이유와 정중한 자세를 보여 정작 화를 내지 않고
걸려온 장난전화 범인에게 이제까지 웅크렸던 분노를 쏟는다.
빵집주인도 나름대로 속았다고 생각했고 상대가 괘씸했을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러지 않을까?
내가 알고 있는 한정된 정보로 상대를 평가한다.
그가 어떤 사정인지 어떤 이유인지 알지 못하면서.
괘씸해하고 섭섭해하며 분노한다.
그래서, 헤어지고 싸우고 증오한다.
나의 사정을 말을 안해도 상대가 이해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침울하고 미칠것 같은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가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일을 절대로 일어나지 않고
상대는 상대대로 생각하지도 않은 오해를 하고
또 나는 화를 내어야할 대상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난데없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일은 더 뒤죽박죽되기도 한다.
앤과 하워드는 화풀이 대상을 찾은 것이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것이다.
엄청난 슬픔에 찬 그들을 위로하기도 쉽지 않다.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그래. 위로는 배려야. 별것 아니지만 약간의 배려가 그들을 진정 위로해 주지.
그래서,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p128)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 L의 운동화 (0) | 2018.07.18 |
---|---|
#21 오직 두 사람 중 아이를 찾습니다 (0) | 2018.06.30 |
#19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0) | 2018.06.21 |
#18 페스트 (0) | 2018.06.04 |
#17 나를 보내지 마 (0) | 2018.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