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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24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본문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허혁
이 책은 버스기사 허혁작가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그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짧은 글로만 이루어져 있다.
길면 3쪽 보통은 한두쪽 내외로 이루어져있다.
난 보통 이런 짧은 글로만 이루어진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비교적 늦게 빠져들기에 빠져들려하면 글을 끝난다.
그래서, 단편보다 장편을 선호한다.
조각조각 많은 편의 글이 있기에
좋았던 글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은 글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힘이 있다.
직접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우러나온 이야기이기에
머리속으로만 그려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글이 나온다.
차에 탄력이 붙은 상태에서 외곽 정류장에 한두 명 서 있을 때가 어렵다.
탈 사람인지 아닌지 잠정 고객의 움직임을 재빨리 분석한다.
귀한 보물을 싣고 달리다가 다치지 않게 서려면 30미터는 족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객이 신호를 주면 좋은데 우두커니 서 있다.
일단 속도를 줄이고 동태를 더 살핀다.
대형차 기사에게 목숨과도 같은 탄력을 서서히 잃어간다.
가까이 가서 보면 눈동자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미 버스는 멈춰 서버렸다.
'기사하고 눈을 안 마주치겠다는 것은 지가 미안할 만한 일을 했다는 걸 안다는 얘기 아닌가!'
(p24)
이 일을 한두번 당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에피소드다.
물론 작가로서 예민하기에 이런 것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이런 것이 참 좋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를 좋아하는 것이 그의 해박한 지식이 아니라
빗물이 떨어져 패인 곳을 몇년후 다시 찾아가니
시멘트로 메워버린. 그 사소함을 발견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난 그 책에 빠져버리게 했다.
이렇게 작가의 예민한 촉각으로 우리의 일상을 그려내는 힘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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